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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  티모시 페리스 지음, 최원형 옮김/부키 |
나는 늘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집착해왔는데(그러나 그다지 빡센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다), 그래서 [4시간]은 장삿속에 뻔히 당하는 것 같으면서도 피할 수 없었던 선택. 최근 정말 근면성실해야 읽을 수 있는, 두껍고 근근한 책들을 읽어왔던 나에게 이 책은 당황스러운 면이 있었다. 얕은 꾀만 쓰는 사기꾼 같다가도 은근 진지한 노력들. 저부가가치의 일은 모두 남에게 미뤄버리는 이기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거시담론에서 시작해서 평생 풀지못할 화두를 쥐고 사는 것보다 혼자라도 뭔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다는 것에 대한 존중감도 든다.
이 책의 장점은 "끝까지 달려라, 그리고 조직에서 사랑받아라, 성공해라"라고 말하는 것과 "자본주의 따위 다 개한테나 줘버려, 노동은 영혼을 빼앗길 뿐"이라는 입장 사이의 제3의 길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뉴욕의 고층빌딩 원목마루에서 영혼을 위한 요가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돈도 벌고 인생도 즐기고, 적성에 맞는 일도 하고 떠났다가 원하면 다시 돌아오라는 거지. 이것 참, 천국 아닌가?
1) 일단 유능해져라, 나머지는 그 다음에 이야기하자사실 저자가 말하는 근로시간 단축은 효율적인 업무를 전제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모든 중생들을 따스히 껴안는 넉넉함은 없다. 평생 유능해지지 못하면 어쩌라구? 그래서 누구나 지금보다 효율적이 될 수 있다고 토닥여주긴 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첫째, 80:20에서 80만 잡고, 20은 깨끗하게 버리라는 거다. 놓친 고객까지 잡으려고 하지 말고 골치아픈 거래처라면 날려버려. 완벽하게 배우려고 하지 말고 대충 재밌을 정도만 배워부러. 둘째, 이기적이 되라. 남들 부탁 다 들어주지 말고, 남들 요청 즉각 처리해주려 하지 말고 그저 자기 페이스 대로, 일 할거 다 하고 남들의 인터셉트는 한번에 모아서 처리. 그깟거 좀 기다리라지! (화내면 전화를 끊어부러)
2) 난 고부가가치 일만, 귀찮은 건 다 남에게 줘버려 (특히 제3국에)이건 저자가 미국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은데, 그는 돈은 미국에서 번다. 귀찮은 일은 인도에 시키고, 번 돈은 동남아, 남미 등 물가싼 나라에 가서 쓴다. 그야말로 [
IKEA], [
티셔츠 경제학]에서 보았던 국제무역, off-shoring을 뜻밖의 곳에서 경쾌한 말투로 마주치는 이 기분. 저자는 이것을 지리적 차익(아마도 geographical arbitrage?)이라고 한다. 같은 100만원을 쓰더라도 물가 싼 나라에서 쓰면 훨씬 부자처럼 살 수 있고, 그러므로 사무실에서 벗어나서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말씀.
다른 사람들은 국제무역과 아웃소싱, 부국과 빈국과 노동착취에 대해서 통계와 이론적인 연구들을 하고 있을지 몰라도 이 사람은 그저 자기 생활에서 영리하게 그 이득을 취하고 있을 뿐. 그리고 그의 삶은 무척 쉽게 와닿는다. 우리 언니가 외국 웹사이트에서 직거래로 유모차를 주문하는 것처럼.
3) 사업을 해,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 남에게 줘버려저자는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더 좋고 영속적인 제품을 만들거나, 회사를 더 키우는 대신 회사를 그대로 굴러가게 두고 자신이 서서히 발을 빼는 쪽을 추구했다. 결제 전문 회사, 제조 전문 회사, 배송 전문 회사, 외주 콜센터를 연결해서 일을 맡겨버리고 또 자기 회사 사람들에게 어지간한 건 전결권을 줘서 자신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이메일을 열어보고 답하는 식으로 말이다. 주인이 그렇게 밖으로 나돌아서 회사가 잘 굴러갈까? 제품은 언젠가 유행에 뒤쳐질테고, 아웃소싱으로 이루어진 회사는 남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쩐지 그때쯤 그는 회사를 필요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4시간]은 이미 아마존닷컴,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 비즈니스위크의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도 샀다구) 회사가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이 스타인 타입 아닐까. 어쩌면 그의 말대로 그가 빠지면 회사의 나머지 부하들이 알아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조직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어나갈지도 모르겠다.
만약 독자가 1)에서처럼 유능하지만 남의 밑에서 월급받고 일한다면? 사무실에서 누가누가 더 열심히 일하는지 감시당한다면? 저자는 회사와 딜을 해서 일부 재택근무를 얻어내고, 그 다음엔 집에 있는 시간에서 궁극의 효율화를 꾀해 1시간만 일하면서도 8시간 일하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쓰라고 설득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아채면 회사는 효율적으로 8시간 일하라고 시킬 것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같은 언어권(영어를 쓰는 인도)에 아웃소싱 센터가 있다면 모르지만, 미국보다 싼 물가에 실제로 훨씬 싼 인건비를 받으며 일하는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귀찮은 일을 남에게 떠맡길 수 있을까? 그건 독자의 상상에 맡겨! (저자가 생각해주기엔 다소 귀찮) 연변에서 사무직 일을 모두 처리한다면 우린 모두 해고당하는 게 아닐까? (역시 알아서 생각)
만약 자유로워지려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안정화 단계는 오지 않고 회사다닐 때보다 뼈빠지게 사업을 챙겨야 한다면 어쩌겠는가. 그건 당신이 충분히 효율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알아서 노력해보라구!
그러나 어쨌든, 경쾌한 사기꾼 같기도 한 이 진지한 철학자는 사실... 꽤 똑똑한 것 같기도 하다. 일하는 시간에는 짧지만 굉장히 빨리빨리 판단을 내리는 것 같고. 내가 "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그는 한번씩 조용히 읊어준다.
미니 은퇴를 하고싶지 않아? 평생 일에 매여, 언젠가 하게 될 노년의 은퇴를 바라보며 15년, 30년간 소리없이 사그라들기보다 한창 활발할 때, 하던 일을 잠시 제쳐두고 자유를 즐기다 돌아와 일하고 싶을 때 다시 복귀하는 것. 가능해, 가능하다구!
2008.4.28. 닭의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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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스티븐 유, 웹 프로그래머 2010/03/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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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살고 싶은 곳에 살며 원할 때 일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조언을 준다. 그리고 본인도 그렇게 살고 있다. 이 책에서 배운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