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Posted 2004/11/20 14:39, Filed under: 창작/노동의 즐거움


제목: 잠자리
재료: 종이에 수채, 아크릴

지난 그림을 올린 지가 하루밖에 안돼서 좀 뜸들이다 올리려고 했는데 에잇, 자랑하고 싶은 걸 못참는 성격이라.

지난 번에 [날치] 그림을 그리며 날개 또는 지느러미 그리기의 희열(!)에 눈을 떴는데, 당시 서양화에 매진하고 있던 터라 자세한 실선을 모두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 뒤, 오로지 날개의 미세한 선을 그리기 위해 잠자리 그림을 그렸다.

사진을 보고 그대로 그린 그림이다. 사진의 소재와 구도를 그대로 따라하면 그건 내 창작물로 볼 수 없는 걸까? 습작이 아니기 위해서는 1) 직접 잠자리를 잡거나 2) 사진사에게 돈을 주고 잠자리 사진을 찍어오라고 하거나 3) 수많은 잠자리 사진을 보고 내가 응용해서 잠자리 그림을 그려야 하나? 어쨌든.

아트지인지 켄트지인지 또는 무엇인지 모르는 수채화용 종이에 그렸다. 색깔있는 물감은 수채화, 검은색 물감은 아크릴이다. 전부 다 수채화로 그릴 생각이었는데 모두들 수채화의 검은 색은 혼합해서 쓰는지라 화실에 검은색 물감이 없었다. 아쉬운대로 아크릴. 색깔로 덩어리를 그린 다음, 검은색으로 테두리와 세부선을 그렸다. 나는 원래 서양화적인 덩어리가 아니라 선으로 그리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이렇게 선 중심의 그림에 유리.

저런 그림을 그리고 나면 무척 피곤하다. 그렇지만 뜨개질하거나 수놓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달까. 쫀쫀한 칸을 꾸준히 채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인물화 같은 걸 잘 못그리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도 그림이 완성되어 간다는 느낌이 없는 반면, 저런 건 어쨌든 고지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 느껴진다. 훗;

어쨌든 한국화적인 그림에 눈떠가는 닭의비행. 그러나 잠자리 뒤에 그린 화충도와 고릴라 그림은 망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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