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걸을 사랑했던 남자

Posted 2009/02/01 18:20, Filed 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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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감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설책을 보려고 노력하는데, 눈에 띄어 집어든 것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F. 스콧 피츠제럴드, 문학동네)이다. 영화 개봉에 발맞추어 다른 출판사 것도 보였으나 여러 단편들 모음집이라서 이쪽이 마음에 들었다.

옛날 문학을 읽게 되면 그 간결한 서술에 호감이 간다. 물론 왜 세계명작 러시아 소설들은 그렇게 긴지 모르겠다만 아마 '옛날' 중에도 시대나 장르의 차이가 있는 거겠지. 누군가 "3박4일의 묘사로 책 한권을 꽉 채웠다!" 같은 쾌거를 이룬 이후 점점 소설이 디테일화 되어가는 게 아닌지 의심도. 다른 사람들은 꽉 채울 자신이 없어도 원래 소설은 그 정도 길이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어쨌든 나조차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작가의 작품집 치고 꽤나 가볍다는 느낌이 드는데 [위대한 개츠비](응? 강도하??)는 어떤지 모르겠다. 콩트 같은 가벼운 단편이 많고, [벤자민 버튼...]을 포함하여 환상소설 느낌을 주는 것도 약간 있었는데, 이쪽은 미하엘 엔데 단편집 [자유의 감옥]을 읽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 그러나 대개의 공통적인 느낌은 그 이야기들에는 항상 주인공 소년/남자의 우상이 되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등장하고, 그들은 항상 지나치게 산만하고 명랑하다는 점이다. -_-

밑도 끝도 없이 산만하고 명랑한, 소년의 시선을 빼앗는 파티의 여주인공들의 정체는 뒤의 옮긴이의 말을 읽고 서야 알게 되었다.

'재즈 시대'는 1차 대전 종전 직후에 시작해서 미국증시 사상 최대의 호황을 타고 흘러가 1929년 주식 대폭락과 함께 꿈처럼 사라진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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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플란넬 양복, 축음기를 타고 흐르는 재즈 음악, 로맨틱한 아르데코의 유행,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새로운 여인의 모습. 머리에 착 달라붙는 짧은 단발머리, 팔 다리가 드러나는 헐렁한 미니드레스 차림에 진주 목걸이를 걸친 신여성의 탄생.
...
전형적인 플래퍼(flapper)는 조금은 당돌하고 조금은 순진하며, 무엇보다 인습적인 모든 것들을 경멸하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모던' 여성이었다. 진한 화장을 하고 폭음을 하고 줄담배를 피우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매력을 품은 그녀들은, 어지러우리만큼 급속하게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전통적 가치관이 붕괴하고 있던 시대상의 소산이었다.
...
플래퍼가 표상하는 현란한 시대정신을 포착해 '재즈 시대'로 명명한 작가가 바로 F. 스콧 피츠제럴드였다. 핸섬한 수다쟁이였던 프린스턴 졸업생 피츠제럴드는, 그 자신 당대 유명한 플래퍼였던 18세의 남부 처녀 젤다 세이어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른다.

이 정신없는 아가씨들이 작가의 이상형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피츠제럴드는 당대의 아름다운 파티걸과 결혼했고, 그녀와의 신나는 지출을 커버하기 위해 쉴틈없이 잡지에 단편들을 써댔으며, 그 결과물이 오늘 내 손에 있는 한 권의 책이다.

아.... 이제 모든 걸 이해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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